요모조모

영어 스트레스? 단어 1500개만 알면 충분

hl1kfb 2008. 10. 29. 08:44

한국에서 태어난 게 죄도 아닌데 영어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잉글리시’ 아니 ‘징글리시’가 인생의 걸림돌이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이런 세상에 반기를 들고 나선 이가 있으니, 장폴 네리에르(68·사진)라는 프랑스인입니다.

그는 ‘빠다’ 발음도, ‘2만2000 단어장’도 필요 없다고 주장합니다. 영어, 정확히 말하면 ‘미국식 영어’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못마땅하답니다. 영어는 소통의 도구인데, 오히려 비영어권 국가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서지요. 그래서 네리에르가 제시한 해답은 ‘글로비시(globish)’입니다. 두 영어 단어 글로벌(global)과 잉글리시(English)의 합성어인 ‘글로비시’를 풀이하자면 ‘세계인을 위한 영어’ 정도가 되겠네요. 1500개의 영어 단어와 24개의 문법구조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간단히 얘기해 ‘버터기를 쫙 뺀 담백한 영어’ ‘다이어트 한 영어’인 셈입니다.


이런 글로비시가 최근 열린 ‘서울 청소년 창의성 국제 심포지엄’에서 호응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네리에르를 만났습니다. 그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당했습니다. “지금 의사소통엔 전혀 무리가 없지 않습니까? 미사여구나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보다 말이 통하는 게 중요하지요.”

원래 그의 관심사는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 IBM에서 27년간 일하면서 각종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했고,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글로비시’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1989년 IBM 국제회의장이었습니다. “40개 국에서 온 사람들이 회의를 하는데, 오히려 비영어권 국가들의 사람들끼리 얘기가 더 잘 통하는 거에요. 미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끼어들면 되레 분위기가 어색해졌어요. 영어를 기반으로 해서 공통의 언어 체계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불만이었던 건 "영어를 미국식으로 못 한다고 해서 능력 없는 사람으로 취급 당하거나, 그런 사람들 스스로 위축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말을 한다는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런데 미국식 발음이 안 된다고, 멋진 영어 표현을 모른다고 속으로 끙끙 앓고 오해를 키우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틈틈이 필수단어·문법을 추렸고, IBM 퇴직 후 2004년 프랑스에서 책을 펴냈습니다.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단어가1500개뿐이다 보니 표현에 제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카딸’을 의미하는 ‘niece’라는 단어는 없지요. 하지만 ‘오빠의 딸’이라는 식으로 풀어서 표현하면 어려울 게 없다는 것이 네리에르의 설명입니다. 돌려서 표현하는 게 더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네리에르는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쉬운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어려운 단어를 더 배워 스트레스만 쌓이게 하느냐”는 겁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오른 단어는 61만5000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많은 단어가 다 필요할까요? 단어를 외우려 시간 낭비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단 필수적인 것만 뽑아놓은 글로비시가 효과적이에요. 셰익스피어를 읽는 게 목적이 아니고 사업을 위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목적이면 말입니다.”

에스페란토와 같은 국제어가 이미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국제어를 별도로 배우기보다 이미 다들 열심히 배우고 있는 영어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답합니다.  

그의 목표 중 하나는 미국인과 영국인에게 글로비시를 가르치는 겁니다. “영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거만하게 구는 미국인을 많이 봤어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글로비시를 배워야죠.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전세계 인구의 20%에도 못 미쳐요. 그런데도 영어를 미국인처럼 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낭비라고 봐요. 글로비시의 세계에선 모두가 평등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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