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고스란히 간직 뽀얗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
시대에 따라 종로의 모습이 너도나도 변해갈 때 그 맛과 멋을 지켜온 ‘이문설농탕’은 그 변함없음으로 또 다른 종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문설농탕은 그 건물을 마주한 방문객들을 시간여행으로 이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907년 개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어낸 흔적으로 가득하다. 목조건물에다 내부의 식탁과 집기들도 연륜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품은 탓에 장군의 아들 김두한, 마라톤 영웅 손기정 등 단골들의 이름 석 자도 한 시대를 호령한 분들이다.
그 오랜 시간 탓인지 점심시간에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다. 청년시절부터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든 탓에 수십년 단골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이 어디 가랴. 요즘에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와 설렁탕을 맛보고는 ‘어린’ 단골이 되는 경우도 많다.
100년의 시간을 지나오도록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던 것은 한결같은 맛 덕택이다.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넣고 종일토록 끓여낸 국물은 뽀얀 빛깔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여기에 큼직하게 썬 파와 맛깔스런 깍두기를 더하면 금상첨화. 영양보충이 필요하다 싶으면 ‘특 설농탕’을 주문해보는 것도 좋다. 푹 익힌 소고기와 각종 내장들이 듬뿍 얹어진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