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이야기

Come Quickly, Danger

hl1kfb 2008. 11. 18. 19:24

1912년 4월 14일 자정 무렵, 대서양의 뉴펀들랜드섬 해역에서 무선신호가 발신되었다. 당시 세계 최대의 호화 여객선이던 타이타닉호가 보낸 그 무선신호는 ‘CQD(Come Quickly, Danger)’와 ‘SOS(Save Our Soul)’의 두 가지 신호.

잠시 후 그 신호는 동남쪽 92.8㎞ 지점을 항해하던 여객선 카르파티아호의 전신기사에 의해 포착되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충돌하여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르파티아호는 즉시 뱃머리를 돌렸다.

▲ 세계 최대 호화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의 모습. 
전 속력으로 항해한 카르파티아호는 다음날 새벽 4시 20분경 구명보트에 의지하고 있던 타이타닉호의 생존자 711명을 모두 구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무선통신회사인 마르코니사의 주가가 폭등하고, 무선통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무선통신이 없었더라면 그나마 탈출에 성공했던 생존자들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무선통신으로 전해진 빙산 경고 메시지를 타이타닉호가 확인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선통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하지만 타이타닉호 사건은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타이타닉호 승객을 구조한 카르파티아호는 이후 통신실에서 발신되는 모든 내용을 통제하며 항해했다. 따라서 전 세계의 언론들은 사건 이후의 소식을 눈이 빠질 정도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미국과 영국의 신문사에 다음과 같은 무선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타이타닉호의 승객은 무사하며 현재 캐나다의 핼리팍스 시로 가고 있다.”

모두 그 메시지를 받고 환호했지만, 곧 그게 거짓임이 드러났다. 어떻게 해서 그런 잘못된 메시지가 전해지게 된 것일까.

마르코니사의 조사 결과 그 메시지는 여러 무선 교신이 서로 교란되면서 생긴 실수라고 밝혀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당시 횡행하던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장난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무선통신이 가장 활발했던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전파법이 제정됐고, 그에 따라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파장 200미터 이하의 단파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약을 받았다. 더불어 장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에게도 벌금을 물렸다.

무선 통신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아마추어 발명가였던 굴리엘모 마르코니였다. 그는 1896년 런던 체신청에서 전선 없이 통신을 할 수 있는 최초의 무선통신 공개실험에 성공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 무선 통신을 처음 발명한 마르코니. 
그로부터 5년 후 마르코니는 영국 콘월 주의 폴듀에서 3천570㎞나 떨어진 캐나다 뉴펀들랜드 주의 세인트존스까지의 무선통신에 성공했다. 그가 보낸 그 첫 번째 무선 송신 내용은 알파벳 ‘S’자.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직진하는 전파가 이를 수 있는 곳은 160~320㎞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모하게 보였던 대서양 횡단 통신에 마르코니가 성공함으로써 전 지구적 규모의 전파 통신 및 라디오 방송이 시작될 수 있었다.

이후 대기 상층부에 전파를 반사시켜 주는 전리층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마추어 무선과 아마추어 무선사를 동시에 뜻하는 햄(HAM)이란 용어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아마추어 무선국을 만든 세 사람의 성(Hyman, Almay, Murray)에서 유래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HAM의 숫자는 약 300만명 정도이며, 우리나라에만도 HAM 자격증 소지자가 10만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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