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멋집

순대

hl1kfb 2009. 2. 20. 23:48

순대를 좋아하는데 고향 마산에선 된장에 찍어먹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보니 소금에 찍어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왜 일부 경남지방에서는 순대를 된장에 찍어먹는지요?(예로센코)

→ 부산 출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답하더군요. '맛있으니까.' 긴말 필요 없겠죠? 허영만 화백의 < 식객-제73화 순대일기 > 편을 보면, 제주에선 원래 간장에 찍어먹었는데 최근엔 초고추장이 대세라더군요. 정답은 '맛 따라, 취향 따라'가 아닐지요. 자료를 뒤지다 보니, < 한국음식대관 제2권 > (조창숙 외 지음·한국문화재보호재단 펴냄)이 눈에 띄더군요. 그 책 '제14장 순대·편육·족편' 항목을 잠깐 읽어볼까요?

"순대의 의의. 순대는 소의 창자 속에 두부·숙주나물·파·표고버섯·고기 등을 이겨서 양념을 해 채워서 쪄서 익힌 음식으로서 별식의 하나이며, 주로 술안주 요리로 선호된다. 순대는 소의 부위별 이용법의 하나로서 지혜로운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대로 먹기에는 맛이나 시각적으로나 그리 좋지 않은 창자를 순대와 같은 요리로 함으로써 식품으로서의 이용가치와 영양상의 가치 및 맛과 시각적인 효과를 상승시키고 한편으로는 저장성도 크게 상승시키고 있다. …목축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서구사회의 음식문화에서 일찍부터 개발돼 현재는 세계적으로 널리 선호되고 있는 소시지 가공법과 같은 것이다."

영양도 만점이랍니다. 따져볼까요? 순대의 주재료는 소의 대장과 소장, 돼지의 대장과 소장입니다. < 한국음식대관 제2권 > 을 보면, 100g을 기준으로 열량은 △돼지 대장 315kcal △소 대장 282kcal △돼지 소장 251kcal △소 소장 245kcal로 나타납니다. 소보다는 돼지가, 소장보다는 대장이 열량이 높다는 거죠. 지질이나 단백질도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특히 돼지 내장은 해독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B2·F 등도 풍부하다네요. 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지에는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에도 좋답니다.

언제부터 먹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서기 563년 중국에서 나온 < 제민요술 > 이란 책에 '양반장도'(羊盤腸搗)라는 이름으로 순대가 소개돼있는 것으로 미뤄, 삼국시대에도 순대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 밖에도 관장(灌腸)·우장증(牛腸蒸)·개장(犬腸)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요, 순대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에 나온 요리서 < 시의전서 > 라네요.

종류도 많지요. 함경도 명태순대, 민어 부레로 만드는 가보(어교순대), 개고기로 소를 만드는 개장순대, '아바이순대'로 불리는 오징어 순대, 소 창자로 만드는 선지순대, 양고기를 주재료로 만들어 먹었다는 양반도학장과 관장방, 경기 용인에서 이름난 돼지창자로 만든 백암순대, 3·1 독립만세 운동으로 유명한 충남 병천의 '아우내 장터'에서 유래했다는 병천순대…. 다 셀 수가 없겠네요.

예전엔 순대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손정우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가 '순대의 문헌적 고찰'이란 논문에서 소개한 < 증보산림경제 > (유증림 지음·1766)의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쇠창자의 겉과 속을 깨끗이 씻어 각 일척 길이로 자르고, 별도로 쇠고기를 칼날로 진흙과 같이 난도하여, 갖은 양념과 유장으로 섞어서 창자 속에 눌러 집어넣고 끈으로 양 머리(끝)를 묶어 고정시키고, 솥 속에 먼저 물을 붓고 대나무를 옆으로 엇갈리게 하고, 그 위에 창자를 앉히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아주 잘 익기를 기다려 꺼내어서 차갑게 되면 말발굽 모양처럼 썰어서 초장에 찍어먹는다." 오호라, 조상님들은 '초장'에 찍어드셨군요.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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