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7일 새벽 1시 30분 원정대의 여병은 김형수 염동우 유상범 대원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원정에 함께 한 KBS 김석준 PD가 해발 5800m 캠프1을 출발했다. 앞서 14일 정상 등정을 시도했던 1차 공격조가 뜻하지 않는 전위봉을 만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1차 공격조가 전위봉까지 고정로프를 설치해 뒀던 것이다.
자연 17일의 2차 공격조는 전위봉까지는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운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전위봉까지 도달한 대원들은 여기서 임무를 분담했다. 현장 촬영을 마친 김석준 PD가 계속해서 조긴 정상까지 가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김 PD가 고산 다큐멘터리 촬영 경험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무거운 촬영장비를 들고 앞으로 전진하기에는 길이 너무 험했다. 공격조의 맏형 격인 여병은 대원이 김PD와 함께 다시 캠프1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후배들에게 한국 초등의 영광을 양보하고 아울러 손님이나 다름 없는 김 PD가 무사히 하산할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기꺼이 떠맡은 것이다. 역시 구조대다운 미덕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평소 서울산악조난구조대에서 교육훈련팀장을 맡아 대원들의 등반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여병은 대원다운 결정이기도 했다.
남은 공격조 대원들은 전위봉을 내려서 조긴과 이어지는 능선으로 향했다.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좌우로는 깎아지른 벼랑이 이어지는 바위지대였다. 한발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1000m이상을 ‘날아가야 하는’ 그런 지대였다. 거기다 곳곳에 눈과 얼음이 덮여 있어 대원들의 발길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500m의 바위 능선을 통과한 다음 조긴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으로 붙었다. 이번에는 눈처마가 칼날 같이 버티고 선 능선이었다. 거기다 늘 그렇듯이 가스가 짙어지며 대원들의 시야를 위협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전진을 멈출 순 없는 일. 셋이 자일 한 동에 의지한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5시 55분. 김형수, 염동우, 유상범 대원은 마침내 조긴 정상에 섰다. 대한민국 산악인들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서울산악조난구조대로 따지면 2000년 무크트파르밧, 아비가민 2002년 브리구판스에 이어 4번째로 등정한 인도가르왈 히말라야의 봉우리. 서울산악조난 구조대는 1996년 가셔브럼 2봉을 시작으로 2년마다 해외 원정등반에 나서고 있고 이번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은 6번째 원정이다.
오는 도중 다큐멘터리 촬영 등으로 지체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정상에 오른 시각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대원들은 어두워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하산길에 나섰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전위봉을 지나 다시 캠프1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24시간이 넘는 대장정이었다. 대원들은 전원 안전하게 등반을 마쳤고 정상등정이라는 영광도 함께 배낭에 담아왔다.
처음 목표한 대로 순조롭게 등반 일정을 계속하고 있는 원정대의 박희영 대장은 조긴 등정 성공 후 “전체 대원들이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결과다. 이제부터는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을 위해 원정대의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긴 스키등반을 위한 원정대 후발대가 19일 저녁 인천 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김형섭 단장을 비롯한 11명의 후발대원들은 앞서 원정대 본대가 간 여정대로 이동해 25일께 베이스 캠프에 도착, 원정대 본대와 합류할 예정이다.
'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봉완 선배 (0) | 2007.10.09 |
---|---|
장봉완 선배를 기억 하며 (0) | 2007.10.09 |
수락산 119구조대 (0) | 2007.10.06 |
ds1kyc om과 함께한 수락산 (0) | 2007.10.06 |
아마추어 무선과 山 (0) | 2007.10.05 |